근자의 논쟁에 관하여 by 푸른매

 1. 아무런 의심 없이 '패권'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패권안정이론은 근대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력균형이론이 보다 전통적이고 공고한 위치에 있는 이론이고, 패권안정이론은 그에 대한 도전이었죠. 세력균형이론에서는 근대 국제정치를 나폴레옹 전쟁부터 2차대전까지의 다극체제와 냉전의 양극체제, 그리고 탈냉전기의 단극체제로 설명하는데, 그나마도 '패권'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걸 꺼리는 편이죠. 일례로 세력균형론 진영에 속하는 스티븐 월트Stephen Walt는 단극체제의 미국을 설명하면서 '패권hegemony'이 아닌 '우위primacy'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국력조차 패권안정이론이 가정하는 '패권'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아예 지구적 패권국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미국을 아메리카 대륙의 '지역적 패권국'이며 타 대륙의 '역외 균형자'로 설명하고요.

 2. 설령 패권안정이론을 논쟁의 전제로서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패권'을 노릴 수 있는 국가가 아닙니다. 한국은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에게도 종합적 국력에 있어서 한참 처지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국가 목표는 지역적 수준에서건 세계적 수준에서건 '패권'의 쟁탈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보장할 최선의 방법입니다. 우리는 스파르타나 아테네가 아닙니다. 우리는 차라리 멜로스에 가깝죠. 그리고 멜로스인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면, 자기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 동북아 균형자론에서도 보였던 자아도취나 과대망상의 잔영들을 자꾸 보게 되는군요.

 3. 군의 전력구조 건설방향에 있어서 무엇을 위협으로 놓을 것인가는 핵심적인 사항입니다. 군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니까요. 여기에 있어서 북한의 대규모 지상군을 1순위로 놓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당장 한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북방 50km 너머에 전진배치된 지상군 수십만이 득시글거리는데 이것보다 한국의 국가 생존을 더 위협하는 요소가 뭐가 있을지 잘 모르겠군요. 대양해군의 명목 중 하나인 시레인 방어는 한국의 국가 역량으로 가능하지도 않으며(이것이 가능한 것은 전 지구상에서 오로지 미 해군뿐입니다), 사실 그것이 국가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습니다. 해상봉쇄만으로 국가가 파멸한 경우는 경험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군사력 현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상대국을 실전에서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종이호랑이에 겁먹을 정도의 바보로 가정하는 건 무모합니다. 군사력 현시로 전쟁억지를 시도하느니 차라리 견실한 군사력과 강고한 동맹체제를 구축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덧글

  • Cene 2014/08/13 01:39 # 답글

    김영삼 항모로부터 20년간 발전이 없는 똑같은 레파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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