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여동생이 마법소녀』 감상 by 푸른매


 저는 관대한 독자입니다. 손에 잡은 책은 어떻든 끝까지 읽고, 읽기 시작한 시리즈는 실망하는 일이 있어도 완결까지 가는 편이죠. 예외가 없진 않지만요. 『나와 내 여동생이 마법소녀』는 그 예외 중 하나입니다.

 이 책에는 서사라는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승전결이나 발단-위기-절정-결말 같은 게 존재하지 않아요. 아 물론 그걸 의도했다는 건 압니다. 서사를 부정하고 개그성 단타로 치고 빠지는 물건이 라이트노벨에는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요. 하지만 그런 물건들이 좋은 평을 들으려면 그 단타로 계속 터지는 개그가 웃겨야 하는데, 『나와 내 여동생이 마법소녀』의 농담은 조금도 재미있지 않습니다. 치명적이죠. 사실 굳이 내러티브를 포기할 이유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구멍이 숭숭 난 플롯이라면 그냥 서사를 진행하면서 개그를 얼마든지 끼워넣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야기가 몰입을 방해하는 수준이거든요. 덩달아 농담도 생기를 잃죠.

 어쩌면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 판단은 틀렸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존재하긴 하는데, 너무 엉망으로 전개돼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 걸 수도 있어요. 『나와 내 여동생이 마법소녀』는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뜬금없이 진행되니까요. 장면장면이 대단히 개연성이 없어서, 얘들이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공감은 커녕 납득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개그조차 뜬금없는데, 당연히 의외성이 있다는 칭찬이 아닙니다. 대체 어떻게 이 장면에 이 농담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건가 싶은 부분이 몇 군데 있어요. 덕분에 맞는 곳에 삽입됐으면 그럭저럭 재밌었을 몇몇 개그들도 끔찍해 보이더군요.

 문체도 설익었다고 해야할지, 유치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자꾸 눈에 거슬려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제대로 다루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유감입니다. 앞으로 이런 실험은 안 했으면 좋겠네요. 실험이었다면 말입니다.

 아, 일러스트는 꽤 좋았어요.

덧글

댓글 입력 영역